기차 안 풍경
임종본
살다가 다 쓰지 못한 마음 한 자락
재고로 쌓여서
생기가 부실해진 중년과
화장기 없이 푸석한 미간으로
옷깃을 추스르며 들어온 우리의 어머니가
말없이 잊고 온 세월을 주고받는다.
우리들의 나라와
우리들의 국민과
그들이 지켜온 험난했던 시절을
우리들이 안고 갈 유구한 역사를
제자리에서 비와 바람을 이기며 살아온 그들의
굳은 의지가 두 사람의 얼굴에서
기차 안으로 뚝뚝 떨어지고
때 묻은 머리칼 냄새가
나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천안역
내리는 사람들 꽁무니로
까만 어둠이 그네를 탄다.
육백년 숭례문이 주저앉던 날
언제나 너만을 생각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