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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개울가재 2008. 7. 23. 15:32

후회

 

 

아직은 장마 끝이므로 우기가 제멋대로 여서

기상예보를 우습게 만들곤 한다.

어슴푸레한 아침 아직은 빗발이 생성되지 않은 창밖을 바라보면서

마음부터 성큼성큼 산행을 챙기고

 

며칠 전부터 폭포수가 되어 쏟아지는 계곡을 따라 덕숭산을 올랐다

날마다 새로운 목청으로 노래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오늘도 귀를 희롱하고

산을 오를 때 마다 귀염을 토해내는 자연에 취하며 점점 밝아지는 아침을

만끽하면서 장마 덕으로 한결 넉넉해진 전월사 약수를 조롱박 가득 욕심껏 받아 마셨다

 

전월사 에서 느린 걸음으로 15분쯤 더 올라가면 495.2m 덕숭산 정상에 이른다.

크게 기지개를 켜며 사면을 돌아보지만 운무에 휩싸여 보이는 건 4~5m 가시거리뿐이므로

오던 길을 재촉하여 하산을 시작하고 20분쯤 걸었을까.

늘 다니던 길이므로 방심한 탓에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윽’하는 비명과 함께 옆구리에 바친 칼바위가 날 노려보고 이만큼 아픈 고통은

생명을 탐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뇌리로 스쳐지나갔다.

 

한참을 진정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 숨죽이며 남은 거리를 내려오는데 등줄기로

땀이 후줄근하게 솟아 내렸다. 아무래도 콩팥이나 장을 다친 것이 아닌가 싶어

운동중인 남편을 불러내 바로 병원으로 찾아가 검사를 받으니 지금으로는 타박상인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결과를 지켜보자며..........

 

병원에서 돌아와 한 참 늦어진 아침식사를 나누며 그이는 묘한 웃음을 흘렸다.

아마도 넘어진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방심한 후회를 뼈저리게 느끼며 어찌했던 나는 오늘 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