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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유혹

개울가재 2008. 10. 17. 23:38

 

황홀한 유혹

 

 

임종본

 

 

내 선조의 그 누가

가을은 우수의 계절이라 하였다는데

갈바람이 만들어 놓은 농염한 와인 빛 세상

화려한 만산홍엽을 보는 순간

인주에 한 사흘쯤 명주를 담가 놓으면 저리도 고울까

어느 화가의 화폭이 이 만큼을 그려낼 수 있는지

새파랗던 활엽수도 덩달아 물들어가는 길목

색색 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와 박힌다.

어느 날

기나긴 세월을 두고 간직해 온 아름다운주름이

사라지는 볏 짚불모양

금지된 유행가만큼 오래된 추억으로 스러지면

나이가 들어 전원을 벗어날 때

한 순간 황홀했던 시간을 기억하며

두 손을 마주잡고 갈바람 맞으면서

정선의 가을빛깔로 나도 물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