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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호수/임종본

개울가재 2008. 12. 12. 23:26

 

 

겨울 호수/임종본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숨 죽여 엎드린 밤

세상을 비추는 희미한 등불이

호수에 내려앉아

나그네의 마음을 당기고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들추어

눈물로 여울지던 추억을 흠집 내며

마음 중심의 바다를 거닐어

잠든 호수가 내게로 와 누우면

내가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도

감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스스로 다짐했던 뭉그러진 약속들

나이테가 굵어지면서

내가 나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을

소리 없이 침묵으로 내려놓는다.

 

   
향기로운추억- 우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