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수/임종본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숨 죽여 엎드린 밤
세상을 비추는 희미한 등불이
호수에 내려앉아
나그네의 마음을 당기고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들추어
눈물로 여울지던 추억을 흠집 내며
마음 중심의 바다를 거닐어
잠든 호수가 내게로 와 누우면
내가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도
감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스스로 다짐했던 뭉그러진 약속들
나이테가 굵어지면서
내가 나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을
소리 없이 침묵으로 내려놓는다.
향기로운추억- 우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