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세밑의 하루

개울가재 2008. 12. 29. 04:14

세밑의 하루

 

  

임종본

 

 

맑은 풋내로 살 오른 수목들이

하나 둘 잎을 사르고

욕심 없이 살아온 산 속의 물줄기

탐욕을 버린 채 웅숭깊은 이치로 누우면

지저귀던 산새도 자연을 따라 흐르더라만

어이하여 이 마음은 부지 할 수 없는지

땅이 하늘인양 희부연 구름안고 지나가는 세모가

어느덧 내 가슴에 깊숙이 내려지고

한 계절 피고 지는 낙화도

분명히 가야할 때를 알건만

포도로 빚은 술보다 더 진한 피를 역류하며

오십년을 넉넉히 살고도

우두커니 이 모습 내다보고 있으면

어쩌지 못하고 지고 온 허물 앞에

부끄러움만 가득히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