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의 하루
임종본
맑은 풋내로 살 오른 수목들이
하나 둘 잎을 사르고
욕심 없이 살아온 산 속의 물줄기
탐욕을 버린 채 웅숭깊은 이치로 누우면
지저귀던 산새도 자연을 따라 흐르더라만
어이하여 이 마음은 부지 할 수 없는지
땅이 하늘인양 희부연 구름안고 지나가는 세모가
어느덧 내 가슴에 깊숙이 내려지고
한 계절 피고 지는 낙화도
분명히 가야할 때를 알건만
포도로 빚은 술보다 더 진한 피를 역류하며
오십년을 넉넉히 살고도
우두커니 이 모습 내다보고 있으면
어쩌지 못하고 지고 온 허물 앞에
부끄러움만 가득히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