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홍 그늘에 앉아
비 개인 5월의 아침
창공으로 흐르는 윤기가 속삭이고
깊게 손을 들이밀면 금방 붉게 젖어들 것 만 같은 꽃술에 기대여
팔딱이는 심장의 고동을 연다.
양변기 위에 앉아
그 옛날 어릴 적 애기호박잎으로 밑금 닦아주던
어머니를 생각하는 *어느 시인의 그리움만큼
도탑게 밀려드는 그리움을 어이 할까
가야 할 때와
돌아올 때를 분명히 알아차리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잦아드는 가슴을 반짝이는 햇살에게 묻는다.
샘물이 고이듯 성큼성큼 다가오는 미련을
무성한 녹음이 짙게 물들면
웅성웅성 자라날 우리들의 이야기와
어제의 고단함 모두 적셔줄
볼 부비며 웃는 사랑이여
*어느 시인 : [양변기 위에서]의 저자 김선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