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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 그늘에 앉아/임종본

개울가재 2009. 5. 5. 14:22

 

영산홍 그늘에 앉아

 

 

비 개인 5월의 아침

창공으로 흐르는 윤기가 속삭이고

깊게 손을 들이밀면 금방 붉게 젖어들 것 만 같은 꽃술에 기대여

팔딱이는 심장의 고동을 연다.

 

양변기 위에 앉아

그 옛날 어릴 적 애기호박잎으로 밑금 닦아주던

어머니를 생각하는 *어느 시인의 그리움만큼

도탑게 밀려드는 그리움을 어이 할까

 

가야 할 때와

돌아올 때를 분명히 알아차리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잦아드는 가슴을 반짝이는 햇살에게 묻는다.

샘물이 고이듯 성큼성큼 다가오는 미련을

 

무성한 녹음이 짙게 물들면

웅성웅성 자라날 우리들의 이야기와

어제의 고단함 모두 적셔줄

볼 부비며 웃는 사랑이여

 

 

 

*어느 시인 : [양변기 위에서]의 저자 김선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