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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겨울/임종본

개울가재 2010. 1. 24. 15:47

 

 

 

하얀 겨울/임종본

 

 

먼 산의 그림은 한 장의 백지가 되고

추위가 오므려 앉은 처마 밑에선

가느다란 차가움의 숨소리

 

사방이 어두워지고 나면 밤이 내려오듯

어둠이 한창 창백해질 때

저 멀리서 일어나는 고요아침

 

그림 속에 귀 기울여

움직임의 소리를 훔치려니

하얀 겨울은 말이 없다.

 

하루 이틀 채워둔 세상에선

자연의 시 한 수 쉽사리 읊어내건만

머무를 청춘인줄 알고 쌓아온 세월에선

건질 것이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