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국/임종본
비구름 속에 담겨오는 사연을 품으며
해 설핏 기우는 저녁나절
비릿한 안개 속으로
앞산 봉우리 고개를 기웃거리고
3월의 고운햇살 버무린 양분으로
텃밭에 묻어 두었던 아욱씨앗
단비 가끔 흐르고 가벼운 이야기 덕담삼아
앳된 아가씨마냥 잎이 푸르다.
쌀뜨물에 엄마된장 오물조물 풀어 넣고
5월에 잡힌 보리새우 한 움큼
아욱위에 어여삐 뿌렸더니
오르락내리락 사이좋게 여울지는데
어느새 시퍼렇던 젊음이 바람인양 지나고
허옇게 세어버린 머리칼 귓불 뒤로 넘기며
새까맣던 아욱씨앗 오늘이 될 만큼
나에게 얼마나 겸손했는지 속 울음으로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