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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개울가재 2011. 1. 2. 02:52

 

겨울나무

 

 

 

임종본

 

 

 

주인의 발걸음에

자라나던 배추밭 끝에 서서

유유히 흘러가던

구름을 삼키며

갑갑하고 잔인했던 유월이

벽화처럼 퇴색되던 날

올올이 벗어던진

젊은 날의 초상은

 

유수한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집배원이 건네주던 편지의 이야기와

갑작스런 소나기로

새들이 몰려들었다는 얘기와

저녁노을 붉던 날

타오르던 사랑을 전하며

홀홀 다 벗어버린 겨울나무는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거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