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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 같은 사랑
개울가재
2009. 1. 14. 22:49
구들 같은 사랑/임종본
겨울밤 내내
꽁꽁 언 강물위로
뽀얀 햇살이 몸 부비는 대낮
아랫집 굴뚝에선 연신 연기가 흐르고
아홉 살 난 계집 아이 들쑥날쑥
겨울을 나른다.
방바닥 속에 묻어진 보일러 호수가 아니어도
윙윙 돌아가는 계량기 소음 없어도
내 아버지가 집혀준 초저녁 군불만으로
언제나 언 손 호호 불며 녹이던 아랫목
따뜻했던 구들장이 그리운 시절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장기불황, 경기침체, 주가하락으로 열린
싸늘한 기축년 새해에는
산을 넘고 싶은 소망
바다를 건너고 싶은 소망
장롱 속에 숨겨 두고
성실하고 순박한 소를 닮아보자
조상의 숨겨진 숨결을 찾아서
구들 같은 사랑 품을 수 있도록
이 겨울 내내 하늘을 배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