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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개울가재
2011. 10. 3. 11:08
커피 한잔
임종본
소복을 입듯 피어나는 구절초 길을 따라
어둠을 깁는 저녁 무렵
간밤에 뉘었던 잠이 걸어 나와
진한 커피 한잔을 마셨다
햇살이 오르듯 금방 시공이 환해져
향기로운 가을날에
한 아름의 마음을 바람결에 실어본다
내 살아있을 때나
내 이곳을 떠나간 후에도
꽃은 언제나 피어나고 바람은 일렁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만나온 인연들에게
눈을 환하게 열어주는
커피 한잔만큼
단 한번만이라도 살가운 향기였다면
이 가을저녁 곱게 물든 노을 따라
삶을 놓아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