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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

개울가재 2014. 1. 10. 15:01

 

 

 

빈 의자

 

 

임종본

 

 

행복을 빚는 으뜸은 벗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뜰에서 읽던 추억이었다.

지난여름 푸성귀 한창 푸를 때

곡간처럼 드나들던 빈 의자에

소복이 눈이 쌓인다.

아무 말 없이 받아내는 청정함이

켜켜로 고이고

온통 차가운 바람은 그 위에 부서진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경건하게 앉아있는

차가운 겨울의 적선

뜰 안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빈 의자

내게는 더 할 수 없는 위안의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