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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던 날

개울가재 2007. 11. 30. 13:51

김장하던 날

 

 

임종본

 

 

스무 살이 되어 집을 떠나면서

어머니의 김치 맛을 가슴에 품고 다니다가

시집와 기대였던

당신의 손맛을 흉내 내기

어언 삼십년

한 해에 한 가지씩 가지 수를 더하고

이제는 집 떠나 있는 아이들에게

그 맛을 전해 주고자 정성을 들여 봅니다.

서해안에서 생산된 천일염과

광천 토굴새우젓이 만나고

뜰 앞에서 숨 쉬고 자란

태양초에 마늘과 생강을

조화롭게 버무려 소를 넣으며

어머니가 그랬듯이 자식을 생각하네요.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 할 당신의 사랑을

감히 놀빛 창밖을 보며 탐해 봅니다.